2025
4-4.
이 빌어먹을 공간. 공용 부엌도 화장실도 모두 멀리 떨어져 있는 308호. 지하 탄광처럼 어두운 복도 끝 비좁은 방. 이곳이 너에게 남은 전부다. 건물도 생물과 똑같이 썩거나 곪을 수 있다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다. 동네 목사들은 모든 목숨이 귀중하다고 떠벌리지만, 너는 믿지 않는다. 거룩한 표식으로 조형되었다는 인간의 몸이 가난과 불행 앞에서 얼마나 흉측하게 일그러질 수 있는지 너는 잘 안다. 신성이 탈각된 인간의 몸은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쪼그라들다가 이내 껍질째 증발해 버린다. 이렇게 휘발된 묘지들이 위층에도 있고, 아래층에도 있다. 너는 세균과 악취가 천장이며 바닥에 스미거나 배지 않도록 아무렇게나 버려진 일간지들을 펴서 겹겹이 붙인다. 아이가 8단으로 인쇄된 흑백 신문 위를 아장아장 걸어다닌다. 세로쓰기로 정렬된 글씨들을 더듬더듬 읽는다. 너는 아이가 읽어 주는 문장들을 단서 삼아 한 가지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발원하고 있다.
2025. santanchoi@gmail.com ⓒ2025 by Lijung & Jeongwon Shin. Project by Lijung, Text by Jeongwon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