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남자들은 전국 팔도에서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군복 대신 여름용 셔츠를 다려 입은 청년에게 깍듯이 거수경례를 올려 붙인 참이다. 김 대위는 휴전 이후 국토 복구 사업에 참여했던 옛 전우이자 공병 장교들을 둘러보며 이맛살에 접힌 땀을 닦는다. 대위의 손에는 지방 군청 토목과에서 갓 발부되어 뻣뻣한 서류 한 장이 들려 있다. 김 대위가 대표로 있는 건설업체 앞으로 내성천 일대의 하천 정비 사업을 내맡긴다는 내용의 공사 계약서다. 민수용으로 불하된 CCKW 트럭과 궤도형 트랙터가 냇가 도로 한쪽에 줄지어 서 있다. 사내들이 중장비 차량 뒤의 적재함에서 모래주머니를 꺼내 와 하나씩 제방 위에 쌓는다. 조금 전까지 물 밑에서 보강 작업을 점검하고 있던 전문 잠수부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김 대위가 묻는다. 황 상사, 바닥 상태는 괜찮나? 잠수부가 소리친다. 대위님, 이거 이래 막 올리면 안 됩니다. 한 1미터는 더 파야 안 되겠습니까? 사내들이 끙끙거리며 새 모래주머니를 내려놓고 있다. 김 대위가 쇠지렛대로 포대의 위치를 조정하며 직원들에게 묻는다. 트럭 한 대 더 온다고 하지 않았나? 앳된 예비역 기술병 하나가 하천 바깥을 가리켜 보인다. 저기 들어오는 거 우리 차량 아닙니까? 멀리서 노후한 덤프트럭 한 대가 6기통 직렬 엔진 특유의 저주파 진동을 울리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6x6 오프로드 타이어의 비대칭 트레드 패턴 밑으로 냇가의 자갈들이 지그시 내리눌리는 소리.
2025
2025. santanchoi@gmail.com ⓒ2025 by Lijung & Jeongwon Shin. Project by Lijung, Text by Jeongwon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