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025. santanchoi@gmail.com ⓒ2025 by Lijung & Jeongwon Shin. Project by Lijung, Text by Jeongwon Shin
4-11.
소문은 사실로 판명된다. 북쪽에서 내려온 실향민들뿐 아니라 일본, 중국, 심지어는 미국까지 피신을 갔던 동포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며 인천항 주위로 대규모 난민촌이 조성되어 있다. 성춘은 법망을 피해 불하된 군수용품을 서울 바깥으로 옮겨 주는 대가로 물건의 일부를 받았는데, 미제 생필품이 인천에서 금값에 거래된다는 전언을 듣고 경인산업도로를 내달려온 참이다. 땟국물도 닦지 못한 아이들이 술래잡기며 병정놀이를 하느라 무리 지어 뛰어다니는 가운데, 적십자사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 선교 단체 소속의 목사들이나 유학생들이 피난민들을 모아 놓고 구호물자를 나누어 주며 신원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이름과 출신지를 등록하기도 전에 이미 서로 얼굴을 알아보고 들입다 부둥켜안거나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도 있다. 이북 출신인 동업자는 고향도 가족도 없는 사람처럼 말을 아꼈는데, 어쩌면 이 소식을 빌미로 동업자의 내력을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