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3.
작은 물건부터 시작했다. 카멜이나 체스터필드처럼 환전 가치가 높은 담배는 일단 기지 밖으로 빠져나오기만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현찰로 바꿀 수 있었다. 재고 현황을 조작하는 데 머물렀던 손버릇은 점점 범위를 넓히더니 전산 정보마저 손보기에 이르렀다. 소령은 영내 대기 병력뿐 아니라 전출자, 휴가자 명단을 사용해 보급 물품을 부풀려 요청했고, 병참 담당 부사관을 끌어들여 허위 출고 기록을 쓰게 하거나 가짜 회수 계약서를 발부하면서 아슬아슬하게 감사를 회피해 나갔다. 군납 식품·진통제·야전 장비뿐 아니라 심지어는 물자를 실어나르는 트럭까지도 암시장에 풀려나왔다. 적발 위협을 느낀 김 씨가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포한 날, 소령은 말없이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육군 장교 제복을 차려입은 청년 다섯 명이 사이 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소령이 입술의 살덩이로 담배를 물며 혼잣말하듯 우물거렸다. 네 놈은 죽어서 영웅이 됐고, 한 놈은 살아서 악당이 됐지. 애비 없이 자랄 애들만 여덟인데, 정부 보조금과 내 연금만으로는 한참이나 부족해. 그러더니 직접 불 붙인 담배 개비를 김 씨에게 건네며 이어 말했다. 하나님께서는 선행과 악행을 나누시지, 준법과 불법을 나누시지는 않는다고 배웠네만. 김 씨가 담배를 받아들자 소령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동업자를 더 데려와. 미션 스쿨 출신들끼리 선행 한번 크게 베풀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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