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025. santanchoi@gmail.com ⓒ2025 by Lijung & Jeongwon Shin. Project by Lijung, Text by Jeongwon Shin
2-9.

아따, 순 엉터리지 뭐. 제 입으로 북에서 꽤나 사는 집안 아들이라 캤는데, 그걸 누가 믿갔어? 보리 한 줌 쥐어 본 적 없는 양반네 도련님이 빨갱이들 족치는 솜씨는 어찌나 일품이던지. 우린 그저 그짝이 동향 사람이란 것만 알았지, 속사정이야 깜깜했구만. 그럴 만도 한 것이, 북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한둘이었간? 평안도서 남으로 피난 오던 길에 얼떨결에 동무가 된 기지. 과거가 뭐 그리 중요하갔어. 소위 코뮤니스트라는 놈들이 소련 놈들 등에 업고 설쳐대기 시작한 뒤로는 죄다 같은 신세였으니 뭘. 마침 먼저 내려온 사람들이 청년회라는 걸 만들고 우리 같은 떠돌이 사내들을 받아준다길래 우르르 가입 신청서를 내러 갔었지. 그 뒤로 국립 경찰 소속으로 그 좌익 정당 시위 해산하는 작전에 몇 번 같이 나간 게 전부야. 글쎄, 말 한마디 없어도 서로 사정이야 눈치로 다 알았지만, 그짝은 좀 쌩뚱맞긴 했어. 한창때는 공산주의자들이 우리 청년회를 백귀百鬼라고 불렀었는데, 같은 귀신이라도 그런 귀신은 딱 질색이구만. 혹시 부모라도 빨갱이들 손에 잃었나 싶더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