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7.

본인은 현재 심문을 받는 입장이나, 본인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사실 그대로 진술하고자 합니다. 본인은 본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자로서, 아버지는 인쇄소 직공이셨고, 본인 역시 인력거를 끌며 근근이 살아 온 평범한 사람일 따름입니다.
해방 직후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네 청년 한 명이 본인을 불러 “이름만 올려도 쌀이 배급된다”고 하기에, 어리석게도 ○○동 인민위원회 건물 앞에서 공산당 서류에 도장을 찍은 사실은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아는 바도 없고, 어느 회의에도 참석한 사실이 없으며, 당 간부와 접촉하거나 어떠한 지령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본인은 결단코 공산당원이 아니며, 그저 살기 위해 쌀 한 됫박이라도 얻어 식구를 먹여 살리려 한 행동이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상의 진술은 모두 틀림없는 사실이며, 본인은 단 한 번도 거짓을 고한 적이 없습니다. 부디 본인의 진심을 헤아려 주시옵고, 제 결백을 다시금 면밀히 살펴 주시기를 간절히 청원하는 바입니다.
2025. santanchoi@gmail.com ⓒ2025 by Lijung & Jeongwon Shin. Project by Lijung, Text by Jeongwon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