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6.

야 이 빨갱이 새끼야. 느그덜 같은 놈 북녘에서 한둘 본 줄 아니? 혁명은 얼어 죽을 혁명이라니. 우리 아버지가 등골 빼 먹어가며 일군 논밭을 몽창 뺏어간 것도 느그덜이고, 예배 본다고 나간 어매를 몽둥이질해서 평생 불구로 만든 것도 느그덜, 글밖에 모르던 우리 막둥이를 계급 적대분자라며 사상 전향을 시키겠다고 끌고 간 것도 느그덜 아니간? 총칼 한 자루 쥘 줄도 모르는 마을 어르신들이랑 애들을 적으로 몰아 쑤셔 죽여 나온 피가 아직도 압록강을 따라 흘러간다. 여긴 고향도, 식구도, 삶도 다 잃은 놈들뿐이다. 그런데도 느그는 아직 멀쩡히 살아 숨 쉬고 있지 않나. 느그덜이 다 가져갔으니 인자는 우리도 가져가야 공평한 것 아니간?
2025. santanchoi@gmail.com ⓒ2025 by Lijung & Jeongwon Shin. Project by Lijung, Text by Jeongwon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