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3.

참되고 의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들리시나이까.
오늘 이 밤, 바라건대 당신의 종을 홀로 두지 마옵소서.
무너진 천막 아래 숨어, 피 묻은 옷가지를 숨겼을지언정 떨리는 숨으로 주님을 찬양하옵니다.
주님께서 거하시는 이 몸, 상처 입고 부서진 입술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속삭이나이다.
주여, 이 비겁한 목자의 기도를 받아 주시옵소서.
자애로우신 주 하나님, 분노가 피처럼 끓고 절망이 살처럼 엉켜
영혼도 정신도 스스로 다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사옵니다.
그러나 오직 주님, 주님만이 생명이며 진리라 하셨나니
내가 이토록 부서지고도 여전히 이 밤에 아버지를 부르옵나이다.
들려 주소서.
아직도 주께서 부르신다면 이 귀로 듣게 하소서.
보여 주소서.
그을린 하늘 위 어딘가 아직도 당신의 종을 굽어살피고 계시다면 이 눈으로 보게 하소서.
그 무엇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하라 하셨으니
나는 지금 모든 것을 잃고
단지 이 기도 하나로 버티고 있나이다.
아버지, 내 육신은 이미 불탔고
내 영혼은 조각조각 흩어졌나이다.
나는 이제 십자가 외에 자랑할 것이 없으며
나의 죄악 외에 말할 것이 없사오니
발가벗은 몸으로 이 폐허에 무릎 꿇습니다.
형제와 자매가 없고, 자녀도 없고
당신을 기릴 예배당도, 나아갈 길도 잃었으나
내가 두고 온 당신의 양들이 북녘 하늘 아래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주님, 그들을 위해 이 늙은 목자의 숨을 대신 거두어 주소서.
목자 된 이 종에게도 강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복이 아니라면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죽음을 주시옵소서.
제발 이 밤에만은
이 망가진 몸을 전능하신 주의 날개 그늘 아래 감춰 주시옵소서.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리나이다.
아멘.
2025. santanchoi@gmail.com ⓒ2025 by Lijung & Jeongwon Shin. Project by Lijung, Text by Jeongwon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