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025. santanchoi@gmail.com ⓒ2025 by Lijung & Jeongwon Shin. Project by Lijung, Text by Jeongwon Shin
1-7.
이보시오, 동무들!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나 그런 사람 아니오. 나 그냥 저기 해주서 주판 두드리던 사람이오. 신천으론 이번에 처음 올라온 거요. 맹세컨대 총 같은 건 만져 본 적도 없소. 쌀 가지러 오는 사람 쌀 주고, 공출 내러 온 사람 거들어 받아준 게 전부요. 그날, 내무서원들 다 도망갈 때 같이 빠져나온 뒤로는 줄곧 숨어 지냈소. 진짜요. 내가 누구 죽이기라도 했으면 진즉 고발당했을 거요. 여기 마을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 보시오. 제발 살려주시오. 해주에 마누라하고 애 둘이 기다리고 있소. 큰 아이가 이제 여덟이요. 동무들. 아니, 형님들. 내 이렇게 애걸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