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5.

재판은 졸속으로 치러졌다. 조합원들은 가장 먼저 ‘악질 지주’를 처형장 위에 내세웠다. 그 가엾은 피고발자에게는 자아비판의 기회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 가혹한 린치와 고문이 이루어진 나머지, 지주는 사법적 방어력이 남김없이 풀어 헤쳐진 모습으로 끌려나왔다. 압력에 눌려 박살난 양쪽 무릎 아래로 피가 먼지와 섞여 검붉은 자국을 남겼다. 조합원들이 양옆에서 겨드랑이를 잡아당겼고, 노동조합이며 농민조합, 청년동맹 위원장들이 번갈아 가며 일장 연설을 이어 나갔다. 제 입장을 변호할 힘 따위는 남지 않아, 지주는 쿨럭이고 부르르 떨며 공연이 서둘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곧 젊은 노동당 간부가 몽둥이를 높이 들어올렸고, 끝이었다. 조합원들은 개처럼 죽은 지주 옆으로 배우자를 끌고 나와, 똑같이 했다. 마지막은 지주 집안의 맏이이자 조선노동당 당원으로 활동했던 큰딸의 차례였다. 집행 위원으로 뽑힌 임시 재판관들 앞에서 마지막 자아비판이 시작되었다. 의롭고 자랑스러운 북조선 인민위원회 앞에 나 ○○○, 일가의 과오를 참회하며 고하는 바입니다. (…) 조선공산당 만세! 조선공산당 만세! 조선공산당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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