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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도망치고 싶었어. 나도 무섭단 말이야. 아버지는 가족끼리 붙어 있는 편이 훨씬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거짓말이야. 아버지는 우리가 여기 이 북쪽 깡촌에서 모조리 죽임당할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단지 짐을 싸는 시늉만으로도 반동분자로 낙인찍히기에 그 아이만 몰래 빼돌려야 했던 거지. 그 아이가 가능한 멀리 남쪽으로 달아나기까지 내가 얼마나 더 시간을 벌 수 있을까? 아니, 거꾸로 그 아이가 남쪽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르겠어. 숫기도 없고 제 속옷 한 벌 빨래질할 줄 모르는 애를 너무 다그쳐 떠나 보낸 게 아닐까 걱정돼. 잘 살겠지? 잘 살 거야.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위원회에 나가 소명 기회를 빌어 볼 거야. 언니가 점심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거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아나. 내려가면 꼭 그 애를 찾아야 한다, 알았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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